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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소식-다른 나라에선 지금] “일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운영 시스템도 배우고”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4.01
[해외통신원 소식-다른 나라에선 지금]
“일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운영 시스템도 배우고”
- 영국 음악축제를 누비는 봉사자, ‘옥스팜 스튜어드’ -
 
 
글/ 이은희 (문화정책연구자, 영국체류중)
 
“옥스팜은 페스티벌의 연간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스튜어드를 모집합니다. 독특한 것은 신청과 함께 적게는 40-50파운드에서 많게는 200파운드까지의 보증금(deposit)을 납부해야만 지원을 할 수 있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튜어드로 하여금... ,,,”
 

영국의 거리를 걷다보면 세계 최초의 체러티숍(charity shop, 물품기부 가게-편집자주)이자 영국 자원봉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옥스팜(Oxfam)’의 간판이 붙은 가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의 중, 영국 옥스퍼드 주민들이 나치 치하에서 고생하는 그리스인을 구호할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로, 이후 전쟁 난민 구호에 앞장서면서 점차 국제적인 단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재정 수입 가운데 60% 정도는 기부금으로, 나머지는 영국과 유럽 내에서 중고품 가게를 운영하며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지금까지 옥스팜을 그저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가게 정도로만, 또 국제적인 구호단체로만 알고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지식을 조금은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록음악 팬들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록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름을 가장 화끈하게 즐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들을 위하여 오롯이 마련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여름 록뮤직페스티벌을 예약하는 것일 겁니다. 이 페스티벌이 비가 와서 진흙탕이 되더라도, 찌는 듯한 무더위가 작렬하더라도 마치 마법처럼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뒤엉켜 즐길 환상적인 기회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엄청난 여름 축제는 실은 촘촘하게 짜인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수백 수천 명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알려져 있다시피 여름 뮤직페스티벌은 수익성이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행사 운영인력이 ‘알바’가 아닌 ‘자원봉사자’로 구성됩니다. 바로 이러한 행사 운영인력, 즉 페스티벌을 위한 문화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양성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바로 ‘옥스팜’이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름하여 ‘옥스팜 스튜어드(Oxfam Steward)’
 
봉사신청자에게 ‘보증금’ 맡기도록 하는 이유는?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나 레딩(Reading), 리즈(Leeds)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직페스티벌을 비롯하여 스무 곳이 넘는 영국의 음악축제들이 옥스팜 스튜어드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옥스팜은 페스티벌의 연간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스튜어드를 모집합니다. 독특한 것은 신청과 함께 적게는 40-50파운드에서 많게는 200파운드까지의 보증금(deposit)을 납부해야만 지원을 할 수 있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튜어드로 하여금 책임 있는 참여의 자세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교육의 과정과 본 행사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면 당연히 돌려받는 금액입니다.
 
 
봉사자 덕분에 절감되는 예산은 구호기금으로
 
이들 문화자원봉사자에게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줄을 세우고 주차를 관리하는 단순 업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집니다. 신청을 할 때 봉사자 스스로 가능한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그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일정 시간 거치고 나면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음악축제 자원봉사자가 되면 몸이 축나도록 단순하게 행사를 돕는 일만 하다가 돌아오게 될까요? 물론 아닙니다. 본인의 일과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동안에는 매니저와의 협의 하에 축제를 즐길 수가 있고 원한다면 업무를 바꿔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축제 현장을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자원봉사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이고, 이들 봉사자를 ‘모집-교육-운영-피드백’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옥스팜 스튜어드 시스템만의 특장점일 것입니다. 게다가 운영인력이 자원봉사자로 대체되면서 절감되는 예산은 구호활동을 위한 옥스팜의 기금으로 적립된다고 하니,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줄 만합니다.

친근하고 사회성이 좋으며, 피곤한 가운데서도 유머를 유지할 수 있으며,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솔직하고 유연하며 신뢰를 잃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음악과 축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여름 음악축제 현장을 누비는 문화자원봉사자를 꿈꾸어 보면 어떨까요?
 
*사진출처: 옥스팜 스튜어드 홈페이지
 
이은희(영국 리즈대학교 공연문화산업대학 박사과정)

20대에 공연기획자, 30대에 예술경영 컨설턴트, 그리고 40대 뒤늦은 나이에 영국에서의 공부를 결정한 대담한 아줌마.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포괄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생의 후반기에는 무엇을 할지 끊임없이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