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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행복하려면 문화자원봉사가 필요해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1.22
특별기고
행복하려면 문화자원봉사가 필요해
 
 
글/ 최혜자(문화디자인자리 대표)
 
문화는 그 속성상 일상적이며, 공동체적이고, 다양하며, 창의적입니다. 활동 목적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이 다를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런 속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하는 사람이나 봉사를 받는 사람이나 상호 소통 속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만들어 갑니다. 문화자원봉사 활동은 교육, 공연, 체험, 시민서비스 등 다양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 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태도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는 ... ...
 
1. 너무 흔해서 낯선 단어, ‘행복’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슬로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단연 ‘행복’이라는 단어입니다. 비단 지방자치단체만 그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 정부의 국정 비전 역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입니다. 아마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단어가 행복인지도 모릅니다.
지방자체단체의 정책 슬로건은 대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육교 난간이나 고속도로 등 한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 거대한 행복선언을 볼 때마다 단어에 대한 낯설음을 느끼곤 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미묘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단어가 걸린 장소의 거대함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2. 우리는 언제 행복할까?
 
사람들은 언제 행복을 느낄까요? 인간 삶에 관한 진리가 담겨져 있는 신화를 보면, 행복의 본질이 간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신화는 욕망을 쫓아 발버둥치는 삶을 조롱이나 하듯이 일정한 교훈을 줍니다. 소박하고 행복한 삶이 눈앞에 있음에도 탐욕과 불신 때문에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거나, 굳이 뒤돌아보지 말라고 하는데도 이를 어김으로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이야기들이 그 예입니다.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행복은 소박한 마음과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물론 행복을 깨는 것 역시 스스로의 욕망과 그것을 쫓는 탐욕 때문이라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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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문화자원봉사단 북북”의 어르신 봉사 모습"
 
얼마 전에 종영한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촌스러운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소개 때문에 막장 드라마로 비쳐질 우려마저 있었지만, 그 드라마는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바로 우리 주변의 관계에서 비롯되며, 행복을 만드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상징되는 관심과 공감 그리고 배려라는 것입니다. 행복은 그러한 소박한 크기의 핵폭탄인가 봅니다.
 
3. 행복은 주관적 안정감이다
 
디어너(E. Diener)라는 학자는 ‘행복은 주관적 안정감(Subjective Well-Being)이다’ 라고 정의합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식하는 삶의 만족감, 빈번하게 느끼는 긍정적 정서 그리고 낮은 부정적 정서로 구성되어 있는 감정을 행복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물론 스스로 인식하는 감정과 정서를 구성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며, 한두 가지의 요소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까 행복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는 말이 됩니다.
행복이 소박하고, 주관적이며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우리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그것에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어쩌면 엄청난 능력이 없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4. 자원봉사, 당사자가 아닌데 문제 해결을 돕는 일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는 것은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며,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관계에서 수많은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우연히 특정 문제에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문제의 맥락 속에 있는 당사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골머리를 쓰고 주변과 갈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신화나 문학 심지어 드라마 역시도 많은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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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지페스티벌 문화자원봉사자의 문화체험활동”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는 독특한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원봉사자는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과정에 개입하여 마침내 문제 해결을 돕고 문제 속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5. ‘힐링’ ‘웰빙’이 필요한 현대사회, 자원봉사에도 변화가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라는 조건입니다. 현대 사회는 전통적인 공동체성이 사라지고 상업적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사회입니다. 더구나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진 우리 사회는 한층 힘겹고 피곤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편안한 휴식을 갈망하며, 다양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이라는 바람이 불었고, 편안한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Healing)이라는 바람이 그것입니다. 최근 이야기되는 ‘인문학의 시대’라는 말은 마침내 삶의 근본적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 우리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자원봉사 활동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문화자원봉사입니다. 과거에도 문화자원봉사라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주로 공연장에서 객석안내를 하거나 미술관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활동이 많았으며, 극장이나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관람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문화자원봉사 활동에는 그러한 활동을 넘어서는 문화적 코드들이 담겨져있습니다. 그것은 문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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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속성
 
6. 문화의 속성? 일상적, 공동체적, 창의적!!
 
문화는 속성상 일상적이며, 공동체적이고, 다양하며, 창의적입니다. 활동 목적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이 다를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런 속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하는 사람이나 봉사를 받는 사람이나 상호 소통 속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만들어 갑니다.
문화자원봉사 활동은 교육, 공연, 체험, 시민서비스 등 다양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 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태도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보람을 얻게 되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게 되고 때로는 이를 훌쩍 넘어 치유와 인문학적 감수성의 단계에 접근하게 됩니다. 예술적 태도 역시 단지 특정 예술 장르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전문성을 키우는 것 등에만 관심을 갖거나 머물지 않습니다. 문화자원봉사에서의 예술적 태도는 동일한 활동의 반복이 아니라, 상상하고 변주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곧 삶의 기획능력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문화자원봉사는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삶의 에너지를 주는 것이며, 마침내 개인이나 사회 스스로 행복을 기획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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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원봉사의 효과
 
7. 행복을 위해 우리의 자원을 맘껏 활용해야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은 사용될 때 가치가 있습니다. 일상과 주변에서 우리가 즐겁게 놀 수 있는 활동을 배우고 나누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며, 아름다운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국민들의 행복을 우선 가치로 선언하는 사회입니다. 우리 스스로 사회 자원을 행복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픈 말은 문화자원봉사 활동을 제공하고 싶은 사람들과 제공받고 싶은 사람들이 상호 소통하는 문화체육자원봉사 시스템(http//csv.culture.go.kr)은 단지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 배우고, 즐기고 마침내 나누는 활동인 문화자원봉사로 소통한다면, 이곳은 마침내 하나의 문화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행복한 나를 기획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공동체가 탄생되고 있습니다.
 
최혜자 (문화디자인자리 대표)

문화정책 연구·교육 및 컨설팅 회사인 문화디자인자리의 대표로 있는 저자는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문화다양성과 다문화기획’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상의 소통을 위해 개인 블로그 삶의 발견(아이디 삶의 참견)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문·시사·문화 분야 네이버 파워 블로거입니다.